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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여행의 전설, 네비없이 자동차 운전하기 4

조성무의 자동차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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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무 메이트학원 원장
기사입력 2018-01-17

 <하이델베르크에서 로텐부르크까지>


나침반을 따라 비스듬히 좌회전. 길이 갑자기 좁은 골목길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벌써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골목길이 너무 좁아 유턴을 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골목길은 다시 큰길로 이어지게 되어있는지라 그냥 직진했다. 웬걸...
 
길은 완전히 산속으로 이어졌다. 산을 파헤쳐서 도로를 만드는 공사장. 어둠 속의 중장비, 어마 어마한 교각. 공포 그 자체였다. 큰 길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이리 저리 돌다 보면 또 그 자리 또 돌다보면 또 돌다보면 또 그 자리. 그런데 그렇게 돌다보니까 자꾸 보였던 것,  그것은 바로 캠핑장 표시였다.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자. 캠핑장 이정표를 따라 들어갔다.
 
으스스한 분위기. 정문은 굳건히 닫혀있었지만 쪽문을 여니 열렸다. 불 켜진 쪽으로 가보니“끄아아아아아악~”

코가 심상치 않게 높은 백발의 할머니가 산발을 한 채 우리를 맞는다. 떨리는 음성으로 자고 갈 수 있냐고 물었다. 물론 절대로 자고 갈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들어왔으니 무슨 말은 해야겠기에.
 
그런데 이 할머니 영어를 전혀 못하셨고 손짓발짓 다하니 따라오란다. 나를 데려 간 곳은 집 한켠의 비닐하우스. 잡초가 무성한 완전 귀곡산장 분위기였다. 도대체 왜 나를 거기로 데려갔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대충 알았다며 캠핑장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헤매다가, 어디를 헤맸는지도 모르게 헤매다가 다시 그 사거리를 찾았다. 우회전을 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완전 좌회전을 했어야 했다.
 
그렇게 37번 국도를 다시 찾았다. 휴우~~~
오른쪽으로는 네카강이 흐르고 있고 왼쪽 비탈 위로 기차가 지나가고 있다. 이 길이 딱 양수리 옛길하고 똑같은 광경이다.그 네카게문트에서 지독하게 헤멘 다음부터는 순조롭게 길을 찾았다. 네카게랄흐(Neckargeralch), 네카렐쯔(Neckarelz), 네카짐머른(Neckarzimmern)을 거쳐 네카술름(Neckarsulm)에서 A6번 고속도로도 잘 찾았다. 고속도로에만 올라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헤매일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재미는 국도가 더 있는데 A7번 고속도로로 옮겨 타고 로텐부르그에 도착. 시간은 밤 9시 55분. 4시간 25분 걸렸다. 사방에 건물은 점점이 보였지만 모두 불이 꺼져 있었고, 적막강산이었다. 숙소를 찾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숙소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찾은 것인가? 관광지인 여기도 모든 가게가 문 닫고 불을 껐는데... 그 때 여기까지 오면서 가끔 주택 입구에 보던 푯말이 떠올랐다.

 

‘zimmer frei’
짧은 독일어 실력으로도 ‘빈방 있음’이라고 해석이 되었다. 다시 차를 돌려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역시나. 길가에 낡아 보이는 이층집. 현관에서 길가 쪽으로 내걸은 ‘zimmer frei’가 보인다. 그러나 불이 꺼져있다. 어쩌겠는가? 염치없이 문을 두드렸다. 한 참이나 지나서 어둠침침한 현관 외등이 켜지더니 역시나 코가 심상치 않게 높고 휜 머리를 산발한 할머니가 잠옷 바람으로 문을 연다.
‘자고 가고 싶다.“
”들어와라“
어느 나라 말도 아니다. 그냥 몸으로 표현되고 몸으로 느껴지는 말일 뿐이다. 실내로 들어가니 작은 취침 등 정도만 켜져 있고 어둠 컴컴했다. 노파는 우리를 이층으로 안내했다. 이층 불을 켜니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깨끗했고 아주 현대적인 인테리어였다. 민박 손님을 받으려고 리모델링을 한 것 같다. 노파는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으나 알아들은 것은 없고 일층으로 내려가면서 작은 종을 가리키며 종치는 흉내를 낸다. 그 뜻만은 이해가 되었다. ’종치면 아침 먹으로 내려와라‘라는.

 

잘 정돈된 침구와 깔끔한 화장실. 오늘 하루 참 길었다. 아침에 스트라스부르에서 출발하여 그리 헤맸으니.물이 따뜻하다. 샤워를 마치고 죽음과도 같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공기가 매우 건조했다. 부르튼 입술이 화끈거렸다.

 

다음날 아침.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여행 중에는 잠이 일찍 깬다. 더구나 이 집 할머니가 언제 아침 먹으라고 종을 쳐댈지 모르니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서둘렀다. 종소리가 땡강, 땡강 울린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지난밤에는 어두워서 사방 분간을 못했었는데 아침이 되니 햇살이 실내에 가득하여 화사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거실이 넓었다.거실 한 쪽에서 시끄러운 수다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그곳이 식당이었는데 주인 노파 또래의 할머니들 십여 분이 식탁에 앉아 우리를 응시했다. 그 민망함.

 

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노파의 안내로 식탁에 앉았고 내 옆의 할머니가 영어를 드문드문했다.


”어디서 왔냐?“
“남쪽 대한민국에서 왔다.”
“반갑다.”
“이 할머니들이 다 이 집에서 사냐”
“아니다. 이 동네 할머니들인데 동양인이 왔다고 아침에 연락받고 너희들 볼 겸 모여서 아침 먹으려고 한다.”
“동양인 처음 보냐?”
“그런 할머니도 있다.”

 

우린 완전 아시안 원숭이가 되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올라와 떠날 준비를 했다. 방은 참 깨끗했다. 다시 출발하려고 차에 짐 꾸리고 하는 동안에 집 안에 있던 할머니들이 우리를 배웅하러 나와 계셨다. 주인 노파가 뭔가를 내민다. 가다가 먹으라고 샌드위치 등을 챙겨 주신다. 다른 할머니는 삶은 감자를 주신다. 또 다른 할머니는 계란도 주시고.전 세계의 할머니들은 다 똑같다. 심지어는 찔끔찔끔 눈물을 닦으시는 할머니도 계시다. 그런데 계산을 안했다. 손가락 등등으로 얼마냐고 물었다. 70유로 달란다. 싸다. 그리고 이런 것은 돈으로 계산할 그런 것이 아니다.

 

▲독일 시골 민박집 침실,  겉보기보다 깨끗했다.

 

다시 근처의 로텐부르그로 갔다.
로텐부르크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독일 민속촌 같은 동네. 그런데 시대적 배경이 일, 이백년 전이 아니라 중세 시대였다. 내가 느끼기로는 중세의 아름다움 보다는 중세의 야만성만이 돋보였다.  로텐부르그에서부터는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 ’로만틱가도‘를 타고 뮌헨으로 간다. (6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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